행정학과 신현기 교수 「좋은 정부, 정치인, 관료」 번역 발간
- 작성자 :대외협력팀
- 등록일 :2024.10.07
- 조회수 :976
본교 행정학과 신현기 교수가 칼 달스트룀, 빅터 라푸엔테가 쓴 저서 「좋은 정부, 정치인, 관료」(원제 : Organizing Leviathan)를 우리말로 번역 발간했다. CUK프렌즈가 신현기 교수와 만나 책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2017년부터 가톨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로 부임한 신현기입니다. 학부 수업으로 미디어 정책, 사회정책론, 전략적 기획론 등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 이 책을 번역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행정학은 ‘좋은 정부를 만들기 위한 역사적 실천 과정’ 속에서 탄생한 근대 학문입니다. 한국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주로 민주화의 성과로 정치적 측면의 성과에만 관심을 가져왔고, 행정적 측면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그래서 행정의 역할에 집중한 책을 번역함으로써 가톨릭대 학생들을 비롯한 많은 분들에게 행정학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을 가지게 됐습니다.
제가 책을 직접 쓰면 가장 좋겠지만, 스웨덴에서 오랫동안 관련 내용을 연구해온 학자가 있어서 본 서적을 번역하게 됐습니다. ‘Organizing Leviathan’이란 책 제목도 인상적입니다. ‘리바이어던’은 홉스가 국가 권력의 정당성과 기원에 관해 서술한 책의 제목입니다.이 책은 그러한 국가권력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즉 국가의 행정적 측면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좋은 정부’에 대한 내용을 잘 담았다고 생각해 번역하게 된 것입니다.
○ 책에서는 국가 기구의 역량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은 정치와 행정의 분리라고 강조했는데요, 이를 현재 우리 사회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 정치와 행정의 분리는 우리나라 헌법 제7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조항에도 잘 명시되어 있습니다. 근대 국가 성립 이후 정당 정치가 생기면서, 선거의 승자가 관직을 다 독점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행정의 전문성이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19세기, 서구에서는 정치적 연줄에 따라 임명되어서 공무원들이 능력이 없거나 부패하는 문제가 생겨 ‘능력을 바탕으로 공무원을 뽑자’는 운동이 일어납니다. 이를 통해 정치와 행정을 분리하고, 공무원을 시험으로 선발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게 됐습니다. 다시 말해, 능력주의 관료제가 확립된 것이죠.
공무원이 능력에 따라 선발됨으로써 국가행정을 하는 과정에서 정치인의 눈치를 보지 않는 자율성이 생겼습니다. 이를 통해 정치인과 공무원이 서로 견제함으로써 균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근대국가가 성립될 때, 굉장히 중요한 제도적인 혁신 중에 하나였습니다.
한국에서는 민주화 이후 주기적으로 행정부 권력이 교체되면서 공무원들이정치인들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벌여졌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는 독재자가 행정을 완전히 장악했기 때문에 공무원은 그 독재자에게 무조건 충성했습니다. 그런데 민주화 이후 주기적으로 행정 권력이 교체되면서 새로 집권한 정치권력이 자신들에게 충성하는 공무원으로 고위직을 물갈이하는 등 관료제를 통제하려는 시도가 나타났습니다. 이를 행정 관료제의 정치화라고 하는데, 이러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제점과 관련해 책에서는 왜 정치인과 관료의 이해관계를 분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한국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 어떤 학생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을지 추천 부탁드립니다.
- 인간이 공동체를 구성되면서 좋은 정부를 갖는 건 오랜 꿈이었습니다. 민주주의, 공화주의 같은 정치이념도 사실은 우리가 어떻게 좋은 정부를 만들 것인가, 좋은 정부의 요소는 무엇인가와 관련된 생각들입니다. 이러한 고민과 생각들을 할 때 주로 통치자의 자질과 같은 것들에만 초점을 두었는데, 사실은 제도적으로 정치인과 관료의 이해관계를 분리해서 그들이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책에는 이러한 내용이 들어있기 때문에 좋은 정부에 대해 고찰하는 학생들이 읽으면 좋겠습니다.
○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좋은 정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우리가 만든 근대 정부는 프랑스 혁명과 산업혁명이라는 두 가지의 역사적 사건으로 탄생했다고 생각합니다. 프랑스 혁명을 통해 좋은 정부는 ‘인민의 의지’를 국가 정책에 반영하는 정부라는 생각이 자리잡게 됩니다. 산업혁명을 통해서는 사회의 급속한 변화로 발생한 문제들을 해결할 능력을 갖춘 ‘효율적인 정부’가 좋은 정부라는 생각이 자리잡게 됩니다.
즉, 좋은 정부는 ‘민주적인 정당성’과 ‘문제해결능력’을 동시에 갖춘 정부라고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에 전세계적으로 포퓰리즘 정치운동이나 기술관료 정부에 대한 환상이 증가하는 것은 지금의 정부가 인민의 의사를 반영하지 못하거나, 또는 당대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실망감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지금의 정부가 좋은 정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죠.
○ 마지막으로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실까요?
- 먼저,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책을 통해 말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생 여러분께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한 번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행정학은 근대 정부 형성 이후에 좋은 정부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한 근대적인 생각입니다.
정부는 세상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기에 우리 일상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정부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면, 자연스럽게 행정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행정학과에서는 학생들과 좋은 정부에 대한 대화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관련 서적과 좋은 강의를 개설하고자 합니다. 학생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신현기 교수의 「좋은 정부, 정치인, 관료」는 본교 중앙도서관에서도 대출할 수 있다. '공정하고 능력 있는 관료제 만들기'라는 주제에 관심있는 학우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글/사진 : 대외협력팀, CUK프렌즈 권민제, 김이수